나는

내가 아쉬운 입장에 취하는걸 싫어한다. 그것도 상당히 많이.

내가 굽히고 들어가는 때는 그만큼의 가치가 상대에게 있을 때 이야기다. 그럴 가치를 못느끼게 되는 순간 예의고 뭐고 없다. 최소한의 기분만 상하지 않을 정도로만 대응한다.

일단 내가 마음에 들고 가치가 있다 판단 되는 사람에겐 잘대해준다. 하지만 이건 일종의 탐색전. 내가 잘 대해주는 걸 보고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본다. 작은것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유심히 본다. 나는 물론 웃고있고 얼빠진듯 행동하고, 가끔 나조차 왜 이러는지 모를 몸개그를 선보이고 있을때가 종종있지만, 상대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보통은 상대가 한 작은 행동에 대한 의미를 분석중이다.

몇번 잘해주다보면 그 사람의 바닥, 일부를 볼 수 있다. 이렇게까지 안해줘도 대강 파악이 되는 사람도 있고 어떻게 해도 파악이 안되는 사람도 있으나 의외로 정확하게 상대를 파악하곤 한다. 가끔은 이성적인 판단을 감정으로 눌러서 삽질을 하긴 해도, 최초의 한 판단이 틀리는 일은 많지 않았다.

내가 스스로 아쉬운 입장에 취했을때, 그런 만만한 나를 파악한 상대가 나를 누르려드는지, 존중하는지만 봐도 그 사람의 그릇을 알 수 있다. 물론 그 그릇의 모습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때도 있지만 보통은 같다. 내가 계속 잘 해줘야 할 사람일지 아닐지를 판단하고 나면 이 사람을 어느정도로 대하면 좋겠다는 계산이 나온다.

상대를 위하는 척 하지만, 지독하게 날 위한 일들만 한다. 어떤식으로든 나에게 이득이 돌아오는 선택을 하려한다. 그러기 위해 상대를 분석했을뿐이다. 처음에 말했듯 나는 내가 아쉬운 입장에 서는걸 싫어한다. 그리고 쓸모없는 일, 그렇기에 싫어하는 일은 어떻게 해서든 안할 수 있게 만든다.

필요한 만큼만 친절하게 대해주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나에게 무리가 가는 일이기에 피한다. 칭찬하고 싶은 마음이 안드는 상대에게는 빈말도 안한다. 내가 칭찬을 한다면 그건 거의 진심이다. 그 사람의 작은 부분이라도 정말 그러하다 느끼지 않고서야 나는 차라리 말을 얼버무리고 어리버리하게 굴어서 회피한다.

이성적인 나는 그러하다. 하지만 감정에 지는 나는 그리하지 못한다. 뻔히 잘못하는 것임을, 무리하는 것임을 내가 하기싫은 해서는 안될일임을 알면서 저지르게 된다. 그래서 감정은 무섭고 때론 깊은 곳에 봉인하고 싶기도 하다. 그러한 감정이 제어할 수 폭발하듯 넘처흐르게 되는 사랑과 같은 격렬한 감정들, 그 이상한 녀석들 앞에선 잘못을 저지르고 후회한다. 그 감정조차 분석해서 어떠한 것이다 말할 수 있게 되더라도 잘못을 저지를 것이다.

그렇게 후회한 일을 앞에 쌓아두고도 행복하다 느낄 것이다.
감정이 개입한 이성적인 사고의 오류를 범하면서 그것이 옳다고 믿을것이다.
그러면서 스스로 나는 사람이다 느낄 것이다. 살아있다는 것을 인정할 것이다.

by PerhapsSPY | 2009/06/25 23:14 | 내 머리속의 잡념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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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역설 at 2009/06/25 23:17
저 그게 잘 안되어요.... 나중에 돌이켜서 "아, 이걸 그런 식으로 응용(?) 했으면 좋았을 것을" 하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게 끝....;;
Commented by PerhapsSPY at 2009/06/26 23:31
그것이 인생이죠.(...)
Commented at 2009/06/26 14:5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PerhapsSPY at 2009/06/26 23:33
네 오랜만이네요. ㅇㅁㅇ;; 블로그가 어째 좀 허전합니다? -_-;;;;
삶을 즐겨야죠. =ㅅ=)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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