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취객 by PerhapsSPY

애인님을 집까지 모셔다 드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였다. MP3를 들으며 지하철을 탔다. 내릴 역은 바로 다음 정거장였고 내려서 바로 계단을 오를 수 있는 문 앞에(전철 제일 뒤쪽이였다) 서서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술에 취했다는 티를 온몸으로 내고 있는 한 뚱뚱한 아저씨가 다가오더니 내 옆에 있는 열차를 운행실 문을 과격하게 두들겨 댔다.

운행중인 열차인데 운전사를 불러내다니(뒷문이라 운행에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지만 그래도 위험하지 않은가) 이건 왠 미친놈인가 싶어 보니 안에 계신분이 나왔다. 뭐라 뭐라 말도 안되는 소리를 늘어놓으며 호통을 치던 취객에게 그냥 죄송하단 소리만 하며 넘기던 운전수 아저씨는 상황이 좀 조용해지자 문을 도로 닫았고 취객 아저씨는 잠시 멍하니 내릴 문 앞에 서더니 옆에 있는 나를 처다봤다.

"야. 이어폰 빼봐"

다짜고짜 나를 보더니 한소리가 이거였다. 난 매우 어처구니 없어, 아주 경멸스러운 눈으로 한번 쏘아본 뒤 상대를 하지 않기 위해 옆문으로 옮겨갔다. 날 부르며 소리지르더라. 그냥 쌩깠다. 마침 내릴 역에 도착하여 내리고 보니 그 아저씨도 내리더라. 옆 문에서 내린 날 발견하더니 또 소릴 지르며 날 불렀다. 가서 어퍼컷을 날릴까, 욕이나 한바가지 먹여줄까, 존중해주는 척하며 갈궈볼까 고민하다가 그냥 쌩까고 갔다. 말려봤자 좋을게 없는거다.

집으로 올라가는 길 내내 기분이 더러웠다. 취한 사람 상대 안하는게 상책이지만 어째 분이 안풀린다. 지하철안에 사람들이 소리지르는 아저씨 덕에 다 날 기분나쁘게 쳐다봤단 말이다. 제 정신 못 챙길거면 왜 마시고 난리야. 분명 뭔가 일을 저질러 봤자, 술깨고 나면 술김에 그랬다며 도망이나 다니겠지. 에라이.

트랙백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TrackbackURL : http://PerhapsSPY.egloos.com/tb/4220662 [도움말]

덧글

  • 여우곰 2008/03/14 00:09 # 답글

    아웅..그랬어? -_- 나쁜 아자씨네..히밤..
  • 死요나 2008/03/14 00:40 # 답글

    술도 적당히 마셔야 좋죠..
    정말 지하철 취객 짜증나요 ㅠㅠ
  • 사바욘의_단_울휀스 2008/03/14 05:11 # 답글

    이상하죠? 술마신거 티 내면 나 잡아가쇼 하는 소리나 마찬 가지인데...
  • oldman 2008/03/14 06:24 # 답글

    진짜 짜증나는 사람이었군요.
  • 너프 2008/03/14 06:54 # 답글

    지하철 잘못타고 저멀리 의정부로 떠나버렸길 바래 ㄱ-
  • Marmotte 2008/03/14 10:07 # 답글

    술은 즐길정도만 하면 좋을텐데요-ㅁ-
  • marmalade 2008/03/14 10:59 # 답글

    ...언젠가 술마시고 정신못차리는 미군놈에게 말릴뻔했던 기억이 깨어났어요ㄱ-
  • marmalade 2008/03/14 11:02 # 답글

    다행이도, 그의 동료는 제정신이었기 때문에 사과받았지만-_-..
  • 필립호빵 2008/03/15 02:25 # 답글

    저 재수할 적에 지하철 타고 출퇴근 했었는데
    왠 취객하고 청년이(애인이 옆에 있었는데-_-;) 시비 붙더니 막 툭탁거리기 시작해서, 다음 역에서 내리더니 마저 싸우더군요.
    걍 상대 안하는게 제일 좋음.
  • PerhapsSPY 2008/03/15 04:13 # 답글

    여우곰 / 응-ㅅ- 기분 넘 나빴어
    死요나 / 취해도 얌전한 술버릇을 들여놓아야 스스로도 안심할텐데 말이죠.
    사바욘의_단_울휀스 / 그러게요. 요즘 얼마나 무서운데, 정신 차리고 다녀도 당하는 세상에서 취한체 밤길을 다니는건 정말 위험하죠 -_-;
    oldman / 시비 걸려보긴 이때가 처음이여서 더 짜증났습니다 -_ㅜ
    너프 / 그건 의정부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니 것도 문제가 좀 있네.
    Marmotte / 즐길 수 있을 정도로만 먹어야죠 뭐.
    marmalade / 헐.. 미군 취객이였군요. 몸집이 커서 더 무섭지 않나요-_-;;
    필립호빵 / 잠깐이라도 상대하면 금방 더 커지죠. 전투본능을 일깨우고 마니까요(...)
  • daybreaker 2008/03/16 00:56 # 삭제 답글

    여기서도 지하철에서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고 있는데(영어 문자라 타자가 느려서 좀 오래 서있었죠) 어떤 술취한 흑인 남자가 다가와서 핸드폰 달라고 귀찮게 굴길래 못 알아듣는 척하며 무시...-_-;;
    한 번은 길가는데 남미 계열로 보이는 덩치 좋은 녀석(..)이 술취해가지곤 절 중국인으로 알아보곤 친구하자고 귀찮게 구는 바람에 혼났습니다.;
  • PerhapsSPY 2008/03/17 21:20 # 답글

    외국인이 댐비면 왠지 좀 많이 무서울거 같네요 -ㅁ-;
  • 난앓아요 2008/03/25 11:16 # 삭제 답글

    Winner~ PSY!
덧글 입력 영역